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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사람들] 안동 화남초 27회 졸업생들, 48년 만에 초등학교 수학여행의 약속을 지키다

조주각 기자
2023.04.18 23:39 0

본문

- “야들아 최소한 칠순잔치는 한명도 빠짐없이 다 참석하제이” -

- “야야 니가 벌써 환갑이라 말도 안 된다. 우리 계속 보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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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아! 잘 들어갔나? 


친구들아! 지난 2박3일 동안 내 어린 시절 동무들과 광란의 시간을 보내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 고마웠다.


코 찔찔이 학영이 친구는 초등학교 때도 공부를 잘하더니 지금도 변함없이 훌륭한 기행문을 올려놓았네.


글을 읽다 보니 옛날 생각나서 눈물을 훔치며 읽었다. 이 얄미운 친구야!


친구들아! 재미난 이야기 있으면 공유해 주라. 그리고 응원의 댓글도 함께 달아주라.


다음에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안주삼아 막걸리 한잔하자. 내가 막걸리 한말 껄쭉하게 찬조할게.


내 고향 두메산골 ‘안동화남초등학교’... 당시 그곳은 전기도 없고 버스도 없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산 넘고 물 건너 등교하는 친구들은 불가피하게 결석을 했고, 모내기를 하는 유월쯤엔 많은 친구들이 작은 일손이라도 돕는다고 학교에 오질 못 한일이 비일비재 했었지.


또, 책가방이 드물던 시절이라 보자기에 책을 둘둘 말아서 다녔고 그 시절에는 그것을 책보라고 했었지.


아침이면 어머니께서 "야야  책보 쌌나?" 물어보셨고, 도시락(벤또)도  책보에 함께 싸서 다녔기에 학교에 도착하면 반찬 국물이 책에 흥건히 배인 일이 다반사였지.


한 학기가 끝날 즈음엔 흰 종이의 책은 붉은색으로, 그 두께는 두 세배 부풀어 있었지.


그때는 모두가 가난했지만 도시락을 나눠먹던 그 시절, 가난한 줄도 모르고 살았고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줄 알고 그렇게 지냈었지.


적지 않은 숫자의 동급생 60명의 친구들이 6년간 같은 한 반이었지.


그때는 그랬지. 등굣길에 늦으면 밴또(도시락)를 싼 책보를 둘러메고 달리기도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찔레도 꺾어먹고 가재도 잡아 구워먹으며 해가 질 때까지 어울려 놀곤 했었지.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이 되면 전교생이 동원되어 토끼몰이를 했었고, 지금생각해도 즐겁지 않은 일이지만 여름에는 송충이 잡기에 동원되기도 했었지.


이 두메산골의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어언 48년!


머리에 서리가 사뿐히 내린 초로의 남녀 30명이 환갑기념으로 겁도 없이 제주도로 2박 3일 여행을 떠났다.


우리친구들의 단합인가? 아직도 바쁘게 사회생활을 해야 할 반 친구들 절반이 참석하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물론 여행경비의 절반 이상을 회비에서 지원해 준 회장단과, 은근슬쩍 오른손이 모르게 왼손으로 찬조를 해 준 몇몇 친구들의 우정?을 빼면 안 되겠지. “야들아 나는 안데이 고맙데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4월 13일, 온갖 우여곡절 끝에 환상의 섬 제주로 여행가는 날! 벌써부터 설레네...


공항에서 만난 짝꿍이었던 여학생의 인사는 거침이 없다. "야 이 머슴아야! 니 누구 이이라"며, 엉덩이를 툭 친다. 


당황은 했지만 나도 기 안 뺏기려고 "반갑데이 이 지집아야"라고 어색한 인사를 하고 돌아보니 친구들은 서로 포옹도 하고 초등학생 때나 써 봤을 말들로 인사를 하는데 그 누구도 부끄러운 기색은 없다. 외계어같은 말들이지만 4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친구들은 ‘예주록’ 다 알아 듣고 있었다.


비행기 탑승전, 총무가 나눠주는 김이 모락나는 호박백설기를 받아들며 어린시절 소풍 날 챙겨주시던 어머니가 문뜩 떠올라 그리운 마음에 눈가엔 이슬이 맺히고 누가 볼까 한참 먼 곳을 쳐다보는데 친구 한 놈이 "야 임마야 니 엄마 보고십제"라며 밉상 짓을 한다. 참 눈치도 없는 놈이다.


드디어 제주도에 도착, 관광명소로 이동 중에도 친구들은 가이드와 운전기사에게 보채고 음악이 나오면 광란의 관광춤을 춘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쉿! 이건 비밀. 누가 불법이란다.


남학생보다 많이 참석한 여학생들의 잡담(음담패설)에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지만 누구도 어색해 하지 않는다.


모두들 환갑의 나이에도 식사 중 마시는 반주에도 어김없이 파도타기 건배를 하고, 주위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는데 오히려 주위 분들이 박수를 친다. 누구나 한번쯤 이런 경험은 해봤으리라 믿으며 즐겨봤다.


48년만의 만남, 그리고 30명의 작은 역사책이 모여 아픔과 즐거움이 담긴 이야기보따리를 고향친구에게 살포시 풀어놓으니, 새벽이 되어도 정담은 끝나지를 않는다.


싸울듯한 격한 대화에도 이내 까르르 웃음꽃으로 마무리되고, 삶의 무게가 무겁다고 눈물로 하소연하는 친구 얘기를 들어주며 밤새워 위로하던 친구는 취중에 다음날 여행을 힘들어하기도 했다. 친구야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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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밤, 블루투스 마이크에 의지해 회갑축하연이 시작된다.


명창대회 입상(필자)경력에 걸맞게 부르려 새벽부터 연습을 했건만 마이크 상태가 좋지 않다. “친구들아 미안타! 결코 변명이 아니다”


30분간 목이 터져라 불렀던 공연과 같은 무대는 친구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에 무난하게 끝이 났고 여행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끝을 맺었다.


우리 화남초 27회 졸업생 친구들아!


우리모두 그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왔으니 이젠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 보자.


이번 환갑 여행이 아쉬웠던지 친구들이 두 번째 여행도 가자고 보챈다. 그래서 모두들 그렇게 하자고 동의한다.


마지막으로 회장이 제안한다. "야들아 최소한 칠순 잔치까지는 한명도 빠짐없이 다 참석하자!" 친구들은 큰 박수로 화답을 하고 3일간의 여행일정을 마무리를 했다.


같은 고향, 같은 추억을 간직한 친구들에게서 느낀 따뜻함을 칠순때 다시누릴 행복을 상상하며, 30명의 작은 역사책은 10년간 설레임과 기다려지는 행복감에 입가에서 옅은 미소가 번져 나온다.


고맙다 친구야! 우리 우정 영원히 간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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